오늘은 흐리고 비오는 날이었다. 어김없이 우산을 챙기고 외출을 준비했다. 계속되는 비의 소리와 그늘진 날씨는 심심함을 더해주었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은 집에만 있을까 했지만, 그렇게 묵묵히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힐링을 위해 밖으로 나가기로 마음먹었다.
내가 산책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친구가 나와 함께 동네를 걸으며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다. 우산을 휘감고 걸으면서 비 내리는 거리는 조용하고 평화로웠다. 라푼젤처럼 길게 늘어진 머리카락 같은 우산이 우리를 보호해 주었다. 비가 오는 걸 이렇게 좋아했던 것도 이런 순간들 때문이다.
길을 걷다 보면 오랜만에 만나는 이웃들과 인사를 나누는 재미도 있었다. 모나미 할머니가 비에 젖지 않도록 우산 아래로 들여다줬고, 민수 할아버지는 비에 질린 얼굴로 우스꽝스러운 등산 모습으로 우리를 재치있게 맞이해 주셨다. 이웃들의 따뜻한 마음이 비 오는 날에도 나에게 큰 위로가 되었다.
산책을 하며 시간은 어느덧 점심시간이었다. 우리는 주변에 유명한 맛집이 있다는 소리를 듣고 그곳으로 향했다. 먹을 것은 많기 때문에 식당에 들어선 순간부터 즐거운 향긋함이 끼얹어졌다. 따뜻한 비빔밥과 국물이 좋은 사람들과 함께 먹으면 그 맛이 더욱 좋아지는 법이다.
배를 채우고 나서도 아직 비가 그치지 않았다. 밖에서 노는 사람들을 보고나니 나도 어린 시절로 돌아가 싶었다. 그래서 우리는 일찍부터 운동장으로 향했다. 그곳엔 다양한 놀이기구와 축구장, 놀이터가 있었다. 우리는 호쾌한 비 내리는 날씨를 즐기며 휘둘러 보드게임도 했고, 비오는 피크닉을 즐기며 맛있는 간식들도 먹었다.
비가 점점 그치기 시작한 저녁 시간에는 함께 영화를 보기로 했다. 영화관에 들어선 순간부터 근사한 의자와 풍부한 음향이 내 몸과 마음을 휴식시켜주었다. 영화 속에 몰입하며 현실과는 다른 세계에 빠져들었다. 설렘과 슬픔, 웃음과 눈물이 번갈아 오며 온전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하루가 어느덧 끝이났다. 단비가 내렸던 오늘, 흐린 날씨가 내 마음을 힐링해 주었다. 힘들었던 일상에서 벗어나 유쾌하고 행복한 시간을 보낸 오늘은 나에게 큰 행운이었다. 또한 친구와 함께한 이 일상의 소소한 순간들이 내게 소중한 추억이 될 것이다. 맑았던 날도 즐겁지만, 비오는 날도 이렇게 즐길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